달랑 한 줄
일부러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을 찾아 읽는 때가 있습니다. 영화나 연극을 직접 볼 때와는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그 묘미는 괄호 안에 있는 지문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처럼 감각적인 지문은 상황을 실감 나게 하는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대하 사극에 출연한 한 중견 배우는 작가가 ‘치열하게 싸운다.’라는 지문 한 줄 써 놓으면 배우들은 반쯤 죽는다고 말합니다. 그 한 줄 때문에 백여 명이 밤새 진흙탕을 구른다는 거지요. 그런 게 지문의 힘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지문은 영화 ‘트로이’에서 전설의 전사 아킬레스가 거인과 일대일로 싸우는 장면을 지시한 대목입니다. 아킬레스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조각 같은 몸매보다 훨씬 매력적인 그 지문은 달랑 한 줄에 불과합니다.
“아킬레스, 신(神)처럼 싸운다.”
살다 보면 이처럼 간결하게, 명확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혜신, ‘마음 미술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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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단 한 줄로 삶을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살고 싶은 삶은 이렇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살며 slow한 삶으로 노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