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글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는

黎峰 2010. 7. 6. 16:29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는 (전경옥의 스토리텔링: 대구일보)

 

시중의 유머 시리즈 중에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것 중 하나가

부부 문제에 관한 내용이다.

 

‘노숙자’ 시리즈도 그 하나다.

어떤 사람이 노숙자들에게 왜 노숙자가 됐는지 물었다.

그러자..

20 노숙자 왈 “이벤트 안해준다고 쫓겨났심더.

30 “잠자다 다리 살짝 건들렸다고….

40 “아침밥 차려달라 했다가….

50 “마누라가 핸드백 들고 나가길래 어디 가노 물었다가….

60 “여행 떠나는 마누라 따라가려고 양말 신다가….

70 “심심해서 찝쩍댔다가….

80 노숙자 “아침에 눈 뜨다 마누라와 눈 마주쳤다고….

 

이건 유머가 아닌 실화라는데 모임에 갔던 70대 아내가 집에 들어서면서

“내밖에 없더라~, 내밖에 없더라~.” 소리를 질렀다.

80대의 남편이 “뭐가 내밖에 없단 말이고?” 물으니

아내가 화를 내며 답했다.

“이 나이에 80 넘은 남편 밥해줄라꼬 집에 오는 사람은 내 뿐이더라.

조금씩 버전이 다르기는 하지만 부부 유머의 틀은 거진 비슷하다.

커지는 아내와 졸아드는 남편의 대비다.

남자들로선 자존심이 좀 상할 듯 하다만….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런 유머들이 영 헛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간 큰 남편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달라지는 추세다.

바깥에선 그럴듯한 지위를 갖춘 점잖은 남편들 중에도

집안에선 청소 당번, 세탁 당번을 맡아 나름 아내를 도우려 애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10여년전 부터 아내 보기를 하늘 보듯 하는

일단의 남자들이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 일본사회에서 ‘테이슈칸바쿠(亭主關白)’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독선적인 남편을 가리켰다.

반면 요즘은 이와 정반대 되는 ‘신테이슈칸바쿠(新亭主關白)’들이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차 베이비 부머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 (19471949년생) 남자들의 대량 퇴직 시기를 맞아

황혼 이혼을 벼르는 아내들이 급증한 데서 비롯됐다.

회사일 등으로 바깥으로만 나돌던 남편들이 퇴직 후 싹 달라져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는 ’누레 오치바(젖은 낙엽)‘ 가 되거나

집안에서 자리차지만 하는 ‘소다이 고미(대형 쓰레기)’ 가 되어

아내들의 머리 뚜껑이 열리게끔 하는 것이다.

신테이슈칸바쿠들은 황혼 이혼의 태풍을 피하기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는 남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전국적인 단체까지 만들었는데

초단부터 10단까지 세분화 하여 단증도 주고 있다.

초단은 결혼 3년 이상 됐어도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

2은 뛰어나게 가사를 잘 돕는 사람,

3은 바람 피운 적이 없거나 들키지 않은 사람,

4은 레이디 퍼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5은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할 수 있는 사람,

6은 아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

7은 고부문제를 하룻밤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

8은 ‘고마워‘를 주저하지 않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9은 ‘미안해“를 두려워 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

10은 ‘사랑해’를 쑥스러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문제는 우리네 베이비붐 세대의 부부관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953년~1963년생 남녀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년 후에는 부부관계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여성의 21.7%, 남성의 11.8%로 나타났다.

경제적 문제(24%), 성격차이(17.8%),자녀문제(15.8%),

의사소통 문제(10.9%) 등이 이유로 꼽혔다.

얼마전 받은 친구의 딸 결혼식 청첩장에는 이채롭게도

‘두 사람’이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 있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의 동행이 될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을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아파치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에서)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 쉽다.’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엘렌 버세이드의

연구 내용은 결혼 후에도 사랑타령낭만타령만 해서는

힘들어진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서로에게 지붕이 되고,

두 사람 앞에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는 관계가 부부라는

인디언의 지혜를 곱씹어봄직 하다.   (전경옥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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